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Traceability, Visibility, Privacy, and Transparency

검색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1] 우리는 스스로를 기꺼이 공개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블로그를 통해 친구는 누구이고 직업은 무엇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도 공개한다. 사회적으로 존재하고 싶은 나는 더 많이 보여지기를, 그래서 존재하기를 원한다. 반면 이로 말미암아 SNS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더욱더 프라이버시를 외치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이 단락의 주제는 투명성(transparency)이다. 투명성 문제를 첫째,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둘째, 가시성(visibility), 셋째, 프라이버시(privacy) 문제로 나눠 정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상이 왜 투명해질 수밖에 없는지, 투명성이 제기하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할 것이다. 결론에서는 투명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해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모든 것이 추적가능하다 (Traceability)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고 듣고 쓰고 검색하고 구매하는 모든 행동은 고스란히 남는다. 내가 알게 모르게 남기는 디지털 흔적은 어떤 형태로든 추적 가능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투명성이 제기하는 첫번째 문제, 바로 추적 가능성이다.

이제는 학생이 교과서를 읽고 왔는지까지 교수가 정확히 알 수 있다.[2] 최근에 문제가 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프로젝트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FBI는 보석상 강도의 차량 이동 경로와 시간이 일치하는 휴대폰의 위치를 추적하여 강도를 검거했다.[3] 내가 과거에 저지른 사소한 과오까지 모두 기록되고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다면 어떤가? 그렇다 보니 이제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새로운(꾸며진)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다.[4] 이제 공개적으로 심판대에 오르는 대상은 일국의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데이비드 브린(David Brin)은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것이 추적 가능해진 세상에서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5] 페이스북도 더욱더 열려 있고 투명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서비스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6]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시간의 질서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기술적으로 추적 가능성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고, 막을 수도 없다. 이제 과거는 잊히고 흘러가는 것으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책임지고 함께 가야 하는 ‘현재의 나’의 일부가 되었다.

보여줄수록 신뢰받는다 (Visibility)

부정적인 데이터가 많이 추적되는 것도 문제겠지만 데이터가 아예 없는 것도 문제다. SNS 어디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기록이 없는 사람은 이상하게 본다.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 회사는 믿기 어렵다. 개인과 조직은 이제 신뢰받기 위해 최대한 자신을 공개하고 있다. 투명성이 제기하는 두 번째 문제, 바로 가시성이다.

사람들은 존재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든다. SNS에서 대부분은 실명을 사용하고 있고 많이 보여줄수록 신뢰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존재한다.[7] 에어비엔비(http://airbnb.com) 등의 많은 공유 서비스에서 소셜 미디어는 신뢰 지수에 활용되고 있다.[8] 일명 소셜 크레딧이다.[9]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최근에 개설했다면 점수는 엉망일 것이다. 은행 거래를 오늘 시작한 사람의 신용과도 같다. 오랜 기간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준 사람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여러 서비스에서의 활동을 공개하면 할수록 점수는 높아진다.

Trust Cloud(http://trustcloud.com)는 개인의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기반으로 신뢰점수를 산정하는 서비스다.

트러스트 클라우드(Trust Cloud(http://trustcloud.com))는 개인의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기반으로 신뢰 점수를 산정하는 서비스다.

가시성은 이제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단순히 내 지인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 더 나아가 친구의 친구로 연결된 인터넷의 모든 사용자가 나를 지켜볼 수 있다.

프라이버시는 없다 (Privacy)

서로 신뢰받기 위해 최대한 공개하지만 그렇다고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시성이 높아질수록, 모든 행동이 추적 가능해질수록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 투명성이 제기하는 세번째 문제, 바로 프라이버시다.

지금까지 프라이버시 문제는 새로운 기술의 뒤를 따라왔다.[10] 하지만 이미 앞에서 정리했듯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이 사라진 곳에서 누군가 여러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제 모든 종류의 콘텐츠가 스트림으로 섞여 흐른다.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고 공유하고 구경하면서 정신없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자라난다. 이것이 오가닉 미디어다. 공간으로 정리·정돈되었던 구획이 이제 더는 없는 것이다. 대신 무한대의 네트워크에 노출된 내가 있다. 세상은 유리처럼 투명해졌고 여기서는 국가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강제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지키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11]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남이 보장해야 하는 내 권리가 아니다. 여기서는 ‘소통’의 방법도 달라지고 상생하는 규칙도 우리가 정할 것이다. 식당에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은 칸막이가 아니라 에티켓과 암묵적 약속이다. 프라이버시는 권리에서 참여로 페이지를 넘겼다.

물론 우리의 모든 개인 정보를 갖게 되는 수많은 사업자들의 의무도 있다.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Victor Mayer-Schonberger)가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Big Data: A Revolution That Will Transform How We Live, Work, and Think)》[12]에서 지적했듯이 앞으로는 개인 정보 공유 방침에 사용자가 동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의 사용 결과, 심지어 분석 결과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투명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터넷과 프라이버시는 공존할 수 없다(Image by Dave Makes).

“Once you realize you live in a glass house, you start thinking differently(Harold Jarche, “Glass Houses,” Harold Jarche, Mar 2, 2011, http://www.jarche.com/2011/03/glass-houses/). 인터넷과 프라이버시는 공존할 수 없다(Image by Dave Makes).

투명성은 새로운 질서다

기업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투명성은 이제 새로운 질서가 되었다. 거부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더 부지런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서로 신상을 털자는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존에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만들어온 규칙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를 대신해야 하는 ‘개인’의 역할 범위는 훨씬 커졌다. 내 정체성이 카오스가 되지 않으려면 나 스스로가 정리·정돈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우선이다.

1. 고갈되는 투명성

오가닉 미디어에는 두 가지 종류의 투명성이 있다. 하나는 고갈되는 투명성이다. 이 경우는 ‘노출’에 가깝다. 고갈되는 투명성은 말 그대로 보여주다가 더 보여줄 것이 없을 때 이야기가 끝난다. 연예인의 노출이나 일반인의 사생활 공개나 마찬가지다. 겉과 속이 다른 (가짜) 투명성도 이에 속한다. 권력기관에서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다른 것을 드러내는 현상도 같은 범주에 있을 것이다. 이 경우는 언젠가 들통이 날지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안고 가야 한다.

2. 스토리를 만드는 투명성

다른 하나는 스토리를 만드는 투명성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겉과 속이 같은 나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스토리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정체성을 포괄한다. 장황하고 비장한 스토리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소재가 새로운 발견과 공감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개방은 스토리를 진화시킨다. 예를 들어 뉴스가 진실 공방에 정보의 유출과 노출로 흐른다면 진정한 투명성이 아니다. 반면 《가디언》의 ‘오프라인 뉴스 카페’ 실험처럼 독자를 직접 만나고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13]

결국 투명성의 진짜 문제는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겉과 속이 같은 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치열한 체험과 부지런한 도전이 없으면 스토리도 없고 나도 없다. 기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 역시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가 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나침반으로 삼은 질문을 독자들과 공유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1.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

아직도 대기업 같은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소속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을 만들고 무슨 활동을 하느냐, 즉 나의 스토리다. 오가닉 미디어 세상에서는 누구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삶을 살아간다면) 나만의 스토리를 쌓을 수 있다. 인생은 이러한 체험 스토리의 연결이다.

2. 겉과 속이 같은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

사람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이를 기반으로 청중을 만들어간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가시성을 높여 누구나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줌으로써 사적인 영역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개의 자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평소의 내 생각이나 행동과 다른 스토리를 만들다 보면 스토리는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 ‘~척’이 계속되면 피곤할 뿐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언젠가 곪아 터질 수밖에 없다. 내가 만드는 스토리가 내 평소의 생각이나 행동과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나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은 많은 고통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무너질 탑을 쌓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3. 청중이 공감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스토리는 오래가기 어렵다.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중이 많을 필요도 없다. 나만의 청중을 만들고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스토리면 충분하다. 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스토리의 홍수 속에서 내 스토리에 공감하는 청중을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청중이 누구인지 들여다보면 나의 스토리(개인의 삶, 기업의 현재)가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투명성 문제를 추적 가능성과 가시성, 프라이버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모든 것이 투명해지고 겉과 속이 같아져야만 살 수 있는 것은 이 사회의 새로운 질서다. 이것을 인정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투명성’에서 답을 찾자고 제안했다. 답을 우리 안에서 찾자는 말이니 쉽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 법으로 정하거나 권리를 주장해서 한 번에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와 답이 지금 내 안에 있다. 미디어를 사용하는 습관이 내 삶을 규정할 것이고 그 반복이 내 정체성을 만드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익숙함을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개체만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다.

투명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어떤 스토리를 만들 것인가?’가 바른 질문이다. 이 새로운 문제 정의가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스토리의 주인이 됨으로써 투명성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신의 스토리, 그리고 당신 조직의 스토리는 무엇인가?

<갈림 길>


  1. Steven Levy, 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 Simon & Schuster, 2011.
  2. Arendt, "교수님은 학생들이 책을 읽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NewsPeppermint, Apr 9, 2013, http://newspeppermint.com/2013/04/09/digital-textbook/, [Accessed on Oct 1, 2013].
  3. Evant Perez and Siobhan Gorman, "Phones Leave a Telltale Trail," The Wall Street Journal, Jun 15, 2013,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127887324049504578545352803220058.html, [Accessed on Oct 1, 2013].
  4. Graeme Wood, "Scrubbed," New York Magazine, Jun 16, 2013, http://nymag.com/news/features/online-reputation-management-2013-6/, [Accessed on Oct 1, 2013].
  5. David Brin, The Transparent Society: Will Technology Force Us To Choose Between Privacy And Freedom?, Addison-Wesley, 1998.
  6. David Kirkpatrick, The Facebook Effect: The Inside Story of the Company That Is Connecting the World, Simon & Schuster, 2011.
  7. H. Colleen Stuart, et al., "Social Transparency in Networked Information Exchange: A Framework and Research Question," Proceedings of the ACM 2012 Conference on Computer Supported Cooperative Work, 2012. pp. 451-460.
  8. 조성문, "새로운 플랫폼 위에 지어진 비즈니스, Airbnb,"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 Jun 22, 2011, http://sungmooncho.com/2011/06/22/airbnb/, [Accessed on Oct 1, 2013].
  9. Rachel Botsman, "The Case for Collaborative Consumption," TED, Dec, 2010, http://www.ted.com/talks/rachel_botsman_the_case_for_collaborative_consumption.html, [Accessed on Oct 1, 2013].
  10. Jill Lepore, "THE PRISM: Privacy in an age of publicity," The New Yorker, Jun 24, 2013, http://www.newyorker.com/reporting/2013/06/24/130624fa_fact_lepore, [Accessed on Oct 1, 2013].
  11. Harold Jarche, "Glass Houses," Harold Jarche, Mar 2, 2011, http://www.jarche.com/2011/03/glass-houses/, [Accessed on Oct 1, 2013].
  12. Viktor Mayer-Schonberger and Kenneth Cukier,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Big Data: A Revolution That Will Transform How We Live, Work, and Think), 21세기 북스, May  16, 2013(원서출판: 2013).
  13. Mathew Ingram, "The Guardian has shown us the future of journalism, and it is — coffee shops!," paidContent, May 30, 2013, http://paidcontent.org/2013/05/30/the-guardian-has-shown-us-the-future-of-journalism-and-it-is-coffee-shops/, [Accessed on Oct 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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