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에 답이 있다

Context has the Answer

주변에 눈치 없는 사람들이 꼭 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대화의 흐름을 끊고 어색하게 만들기도 하고 악의는 없지만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해서 눈총을 받기도 한다. 미디어에도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이를테면 컨텍스트를 무시하고 콘텐츠만 들이대는 경우, 사용자가 원치 않는 광고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 눈치 없는 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그러고 있다면 더욱 문제다. 사용자를 난처한 상황에 빠뜨릴 의도가 있었다는 게 아닌가.

여기에서는 미디어의 3요소 중 ‘컨텍스트’에 집중하려 한다. 컨텍스트란 무엇일까? 모두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쩐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호하고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주제다. 지금부터는 미디어의, 콘텐츠의, 소셜네트워크의 생명을 연장하고 진화를 이끌어내는 주인공 관점에서 컨텍스트를 살펴보고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기로 한다.

컨텍스트를 아세요?

컨텍스트란 시공간을 비롯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련의 모든 사회적·문화적·자연적 상황과 환경을 일컫는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의 특성을 정의하는 모든 정보를 컨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컨텍스트가 가리키는 대상은 사람, 장소, 문서 등 모든 단위를 포함한다.[1]

마케팅에서도 ‘컨텍스트가 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2] 이는 사용자에게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도와주는’ 마케팅을 말한다. 사용자가 더 훌륭한 가장이 되고 더 세심한 친구가 되고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를 잘 알아야 한다. 사용자가 제품을 언제, 왜, 어떻게, 누구와 사는지에 대한 ‘메타 데이터’를 쌓고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 판매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3]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컨텍스트는 오랫동안 조연 역할만 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우리 스스로도 컨텍스트를 여전히 ‘주변 환경’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앞으로는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요소 정도에 머물지 않고 컨텍스트 자체가 비즈니스의 목적이 되는 시대가 온다.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확장되고 진화하는 환경에서 핵심은 ‘연결’에 있다. 컨텍스트는 바로 ‘연결’을 만든다. 연결되지 않은 콘텐츠는 죽은 콘텐츠다. 살아 있더라도 산송장이라는 말이다. 이 콘텐츠가 어딘가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컨텍스트’인데, 콘텐츠는 끊어져도 컨텍스트는 절대 끊어져서는 안 된다.

TED, 컨텍스트를 판매한다

콘텐츠에 희소가치가 있을 때는 컨텍스트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비싸도 사서 읽고, 제자들도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멀리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콘텐츠가 너무 많다. 이 많은 콘텐츠 중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어 읽히고 보이고 공유되는 것들만 살아남는다. 풍부함 속에는 수많은 대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테드TED’ 행사에는 참가비 6000달러를 내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4] 집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는데 왜 비싼 비용을 내고 찾아가는 것일까? 강연 자체가 희소해서, 거기까지 힘들게 가지 않으면 평생 듣지 못할 강연이라서가 아니다. 컨텍스트 때문이다. 현장에서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전문가를 만나고 상호작용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포럼의 가치는 공감, 공유, ‘연결’의 컨텍스트에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온라인을 통한 쉼없는 컨텍스트의 확장이 더해져 테드와 같은 오프라인 포럼의 진화를 이끌어낸다.[5]

종이 신문, 컨텍스트 없이 콘텐츠를 판다

종이 신문에서는 기사가 ‘연결될 수 있는’ 컨텍스트가 아예 없다. 오늘 배달된 신문은 잠시 후 분리수거를 당할 것이고 그 안의 콘텐츠들은 그렇게 매일 사라지는 것이 운명이다. 잊힌 기사를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찾을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제목이나 키워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웹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어도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모래알처럼 많은 검색 결과 중에서 정확한 기사를 찾는 노동을 시작해야 한다. 인내심도 필요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끊겨 있는’ 컨텍스트를 내 손으로 일일이 꿰매고 연결하는 과정이다. 대개는 이렇게 기사를 검색하는 일을 시작하지도 않는다.

온라인 신문, 컨텍스트를 찾고 있다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라면 어떤가? 원론적으로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기사와 관련된 주변 정황을 파악할 수 있고, 기자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 있다. 친구와 공유할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댓글을 통해 연결될 수도 있다. 이제는 이러한 컨텍스트를 전달하는 방법도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처럼 진화하는 언론사도 있지만 거꾸로 가는 곳도 많다.

인터넷 저널 《매셔블》(http://mashable.com)의 경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컨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신문사들은 긴 글을 읽는 데 필요한 인내심도 배려한다. 기사 중간에 독자 댓글을 넣어 긴 글을 포기하지 않게 하거나 댓글부터 읽고 다시 기사로 올라오는 여정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에도 블로터닷넷(http://bloter.net)과 벤처스퀘어(http://www.venturesquare.net)처럼 연결 컨텍스트 제공을 중요하게 다루는 사례들이 있다. 기사 추천은 언론사가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사를 쉽게 찾고 우연한 발견도 하면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컨텍스트의 연결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다.

매셔블(mashable.com)에서는 모든 기사를 소셜 미디어 실시간 공유 중심으로 구성하여 콘텐츠의 가치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더 많은 공유를 유발시키는 선순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매셔블(mashable.com)>>에서는 모든 기사를 소셜 미디어 실시간 공유 중심으로 구성하여 콘텐츠의 가치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더 많은 공유를 유발시키는 선순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신문 기사를 연결하고 사용자의 매개를 기다리는 것만이 컨텍스트를 만드는 방법은 아니다. 읽는 신문이 아니라 ‘보는’ 신문, 느끼고 공감하고 교감하는 신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도 컨텍스트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해당한다. ‘스노우폴(Snowfall)[6]이라는 기사를 통해 단번에 ‘멀티미디어 내러티브(Multimedia narrative)[7]로 인정받은 《뉴욕 타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는 콘텐츠를 둘러싼 정보를 전달할 때 독자의 오감을 총동원하도록 하여 컨텍스트를 확장했다.[8] 기사를 읽거나 보지 않고 ‘교감’하게 하는 수많은 컨텍스트들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3D 동영상, 사진, 인터뷰 등이 숨겨져 있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뉴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눈치 없이 헤매는 컨텍스트

반면, 대부분의 신문사는 ‘컨텍스트’ 사용에 대해 오해하거나 가능성을 방치해놓고 있다. 생존을 위해 아예 기사 본문을 뒤덮는 광고까지 게재하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간혹 기사 내용이 좋아서 공유를 하고 싶어도 지인들이 페이지를 열고 놀랄까봐 공유 버튼을 누르기가 꺼려진다. 광고를 살리기 위해 공유 컨텍스트를 희생시킨 경우인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신문기사를 읽는 컨텍스트를 희생시키고 광고 클릭을 위한 컨텍스트에만 집중한 경우이다.

신문기사를 읽는 컨텍스트를 희생시키고 광고 클릭을 위한 컨텍스트에만 집중한 경우다.

돈 버는 컨텍스트도 들여다보자. 기사 본문을 읽기 위해 광고창의 ‘닫기’ 버튼을 수차례 눌러도 광고 페이지만 열리고 기사 본문을 보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의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기사의 맨 아래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도 너무 많다. 기사가 계속 공유되고 연결되어 오랫동안 살아남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보다 광고 클릭 수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반응과 기사 공유는 중요한 컨텍스트의 연결이다. 하지만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광고와 맥락없는 추천 기사 리스트를 봐야만 한다.

사용자 반응과 기사 공유는 중요한 컨텍스트의 연결이다. 하지만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광고와 맥락없는 추천 기사 리스트를 봐야만 한다.

컨텍스트 연결이 만드는 성공지표

그렇다면 물어보자. 언론사의 성공 지표는 페이지뷰와 그로 인한 광고 수익이 맞을까? 언론사가 포털이나 구글 같은 규모의 유통 플랫폼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유료 콘텐츠를 계속 고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무료가 콘텐츠의 기준가라는 사실에서 일단 출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9] 그렇다면 기사(콘텐츠)의 가치는 무엇으로 측정되어야 할까? 각 기사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 정도는 낚시에 기반한 페이지뷰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10] 이것은 언론사가 더 잘 알 것이다.[11] 앞으로는 ‘공유 수’와 ‘댓글 수’, ‘체류 시간’ 등을 비롯한 독자의 공감 정도,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의 긴 생명력과 확산 정도가 지표로 사용되어야 한다.[12]

공유는 적극적인 매개 활동이다. 사용자의 매개 활동은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그것이 곧 공간의 확장이며, 따라서 해당 미디어 영향력의 확장이 된다. 사용자의 매개 활동 없이는 콘텐츠가 서로 연결될 수 없고, 따라서 확산될 수 없고, 따라서 지속될 수 없고, 따라서 돈을 벌 수도 없다.

컨텍스트를 잃어버리다

연결된 콘텐츠라고 해서 모두 왕인 것은 아니다. 갖고 있던 컨텍스트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SNS에서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경우인데, 한바탕 소동을 치렀던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13]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서로의 글을 복제하여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사들까지 가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본래의 맥락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연결되는 경우는 이미 그 과정에서 정보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적어도 사용자가 연결의 주체, 즉 매개자라면 모든 연결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컨텍스트를 파악하는 것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자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에티켓이다. 매개가 곧 콘텐츠의 생산이기 때문이다.

컨텍스트에 답이 있다

사람이고 콘텐츠고 간에 모든 것이 넘쳐난다. 모든 정보가 공짜가 되고 있는 시장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14] 나는 감히 그 답이 컨텍스트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컨텍스트 비즈니스는 곧 ‘연결(connection) 비즈니스다.

구글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연결해주면서 돈을 번다.[15]. 아마존도 사람들에게 원하는 제품을 연결해주면서 돈을 번다.[16] 넷플릭스는 영화 추천 시스템을 통해 진정한 롱테일 비즈니스를 성공시켰다. 연결 비즈니스는 단순 콘텐츠 추천을 넘어선다. 사용자들이 가족, 직장, 지인들과 더 긴밀한 소셜 활동을 하고 더 빨리 정보를 찾고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연결 비즈니스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에게 쿨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사람들이 스스로 매개자가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눈치 없이 헤매는 컨텍스트는 콘텐츠를 두 번 죽인다. 신뢰를 잃게 해서 죽이고 고립시켜서 죽인다.

TV가 영화를 죽이지 않은 것처럼 오가닉 미디어가 뉴스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를 죽일 수는 있다. 컨텍스트를 무시한 비즈니스를 고집한다면 다른 사업자들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연결되지 않은 콘텐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연결된 콘텐츠도 내일이 되면 떠내려가고 잊히는 판이다. 콘텐츠가 지속되려면 관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컨텍스트는 관계를 만드는 주인공이다. 저자와 독자의 관계, 공감하는 링크 한 줄에 매개된 친구 관계, 콘텐츠와 콘텐츠의 이어진 관계 등 오가닉 미디어에서 관계는 무궁무진하다. 컨텍스트 비즈니스는 이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시작된다. 사업자 스스로에게 그 무한한 가능성을 체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갈림 길>


  1. Anind K. Dey and Gregory D. Abowd, "Towards a Better Understanding of Context and Context-Awareness," Handheld and Ubiquitous Computing, Lecture Notes in Computer Science, Volume 1707, 1999.
  2. Jonathan Gardner, "Why Context Is King in the Future of Digital Marketing," Mashable, Feb 03, 2012, http://mashable.com/2012/02/02/context-digital-marketing/.
  3. Nikesh Arora, "In the Multiscreen World, Context Is King," Harvard Business Review Blog, Mar 8, 2013, http://blogs.hbr.org/2013/03/in-the-multiscreen-world-context-is-king/.
  4. 임정욱, "Ted.com 프로듀서가 전하는 TED의 놀라운 성장의 비결,"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May 7, 2010, http://estima.wordpress.com/2010/05/07/ted/, [Accessed on Oct 1, 2013].
  5. ibid.
  6. John Branch, "Snow Fall: The Avalanche at Tunnel Creek," The New York Times, Dec 20, 2012, http://www.nytimes.com/projects/2012/snow-fall/.
  7. 이성규, "멀티미디어 기술, 기자는 배워야 할까," 오마이뉴스 블로그, Apr 22, 2013, http://blog.ohmynews.com/dangun76/498891, [Accessed on Oct 1, 2013].
  8. Shel Israel, "Age of Context Draft Introduction," Forbes, Feb 24, 2013, http://www.forbes.com/sites/shelisrael/2013/02/24/age-of-context-draft-introduction-2/.
  9. 노상규,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Information Wants To Be Free)," Organic Media Lab, Apr 4, 2013, http://organicmedialab.com/2013/04/04/information-wants-to-be-free/, [Accessed on Oct 1, 2013].
  10. 이정환, "조선·동아의 검색 어뷰징, 네이버는 왜 방치하나," 미디어오늘, May 6, 201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257.
  11. Dan Lyons, "Why I've Left the Media Business," HubSpot, Apr 18, 2013, http://blog.hubspot.com/why-ive-left-the-media-business, [Accessed on Oct 1, 2013].
  12. 오원석, "[블로터6th] 트위터 1등 언론, 분석해보니," 블로터닷넷, Sep 11, 2012, http://www.bloter.net/archives/125929.
  13. Eric Markowitz, "From Crowdsourcing to Manhunts: The Role of YouTube, Reddit, and Twitter," Inc., Apr 19, 2013, http://www.inc.com/eric-markowitz/from-crowdsourcing-to-manhunts-the-role-of-youtube-reddit-twitter.html/2.
  14. 노상규, op. cit.
  15. 노상규, "스마트 경제에서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How to Make Money in Smart Economy)," Organic Media Lab, Mar 21, 2013, http://organicmedialab.com/2013/03/21/how-to-make-money-in-smart-economy/, [Accessed on Oct 1, 2013].
  16.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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